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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지리아

새벽녘의 죽음 - 월레 소잉카

게시자: 성우넷, 2018. 8. 2. 오후 3:21   [ 2018. 8. 3. 오후 8:58에 업데이트됨 ]



여행자여, 그대는 새벽녘에 길을 떠나야 하오

개의 코끝처럼 축축한 대지 위에

그대의 발을 문질러야 하오


해가 떠올라, 그대의 등불을 끄게 하오

희미한 빗살이 하늘빛 속으로 파고드는 걸 보시오

일찍 일어나 괭이에 붙은 지렁이를 떨치기 위해

무명으로 동여맨 다리, 그대의 그림자를 활기차게 뻗친다오

황혼의 죽음과 슬픈 보복이 아니오

이 부드러운 점화, 살며시 멀어져가는 미풍

달리는 상쾌함, 그리고 새로이 시작되는 하루에 대한 불안감

짐을 실은 낡은 배는 움츠리고

잠든 시장을 깨우기 위한 얼굴 없는 무리가 되어

안개 속을 덮친다오


어느 겨울날 갑작스레

이 덮개 위로

새벽녘 외로운 트럼펫 주자의 죽음을 불러온

폭도와도 같이

새하얀 깃털 조각들…

그러나 그것은 헛된 의식이었네

화해는 우울하게 지속되고


오른발이 환희를 향해 나가기도 전에

왼발은 두려움에 떠는구나

어머니는 애절하게 기도하네

아이야, 허기진 길이 기다릴 때에는

제발 길을 떠나지 말거라


여행자여, 그대는 길을 떠나야 하오

새벽녘에

성스러운 시간의 경이로움을 나는 약속하오

파들거리며 축 늘어진 흰 닭

격노한 날개 위로 감히 도전하려는

인간의 진보라는 잘못된 찢김


그러나 그렇게 또 하나의 죽어가는 영혼

친구여, 네 발명품의 갑작스러운 포옹 속에

말을 잃은 너, 이것은 조롱 속에 찌푸린 얼굴

이 일그러진 마지막 모습 – 나!




장태상 옮김 (허성우 수정)

이미지 aimeeern

전화 통화 - 월레 소잉카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2:32   [ 2018. 8. 2. 오전 1:00에 업데이트됨 ]

   



  값은 적당한 것 같고 위치는 상관없다
  여주인은 다른 동네에서 산다고 했다
  이제 남은 건 스스로 고백하는 것뿐
  나는 미리 말했다
  “부인, 헛걸음하고 싶지 않아 미리 말하는데, 전 아프리카 사람입니다.”
  침묵, 말없이 전해 오는 교양 있는 사람의 인내심
  입을 연 목소리는 립스틱을 덕지덕지 바르고
  금박 테를 두른 긴 담뱃대를 빠는 소리 같았다
  나는 재수가 더럽게 없었다
  “얼마나 까맣죠?”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살짝 까만가요, 아니면 아주 까만가요?” 버튼 A, 버튼 B
  공중전화에 숨어 말하는 자의 썩은 숨 냄새
  붉은 전화박스, 붉은 우체통,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붉은 이층 버스
  진짜였다!
  그녀는 사려 깊게도 강조할 곳은 힘주어 물었다
  “살짝 까만가요, 아니면 아주 까만가요?”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러니까 보통 초콜릿 색깔인지, 밀크 초콜릿 색깔인지 묻는 거죠?”그녀는 조금 무심한 태도로 바뀌면서 냉담하게 동의한다
  나는 얼른 주파수를 맞춰 말을 골랐다
  “서아프리카 오징어 색깔입니다.” 그러고는 다시 덧붙여 말했다
  “여기 내 여권에는 말입니다.”
  분광기 상상을 펴기 위한 침묵 이윽고 솔직함이 담긴 그녀의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쩌렁쩌렁 울려 댔다
  “그게 뭐죠? 그게 뭔지 모르겠군요.”
  “까무잡잡하다는 것이죠.”
  “까맣다는 말이죠?”
  “다 그렇진 않습니다. 얼굴은 가무잡잡하지요.
  하지만 부인, 다른 곳도 마저 보셔야죠.
  손바닥이랑 발바닥은 표백한 것처럼 하얗답니다.
  그런데 부인, 엉덩이는 미련하게도 앉을 때마다 마찰이 일어나
  까마귀처럼 까맣게 되었습니다. 잠깐만요, 부인!”
  그녀가 수화기를 내려놓는 소리가 우레처럼 귓전을 때렸다
  나는 간청했다
  “부인, 그보다는 직접 보시는 게 어떨까요?”


사진 kiwan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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