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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책을 읽으며(觀書有感) - 주희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3:09   [ 2018. 7. 18. 오후 3:09에 업데이트됨 ]




半畝方塘一鑑開  조그만 네모 연못이 거울처럼 열리니

天光雲影共徘徊  하늘 빛과 구름 그림자가 그 안에 떠 있네.

問渠那得淸如許  무엇일까? 이 연못이 이리 맑은 까닭은?

爲有源頭活水來  샘이 있어 맑은 물이 흘러오기 때문이지.

 

昨夜江邊春水生  지난 밤 강가에 봄물이 불어나니

蒙衝巨艦一毛輕  거대한 전함이 터럭처럼 떠올랐네.

向來枉費推移力  이전엔 힘을 들여 옮기려고 애썼는데

此日中流自在行  오늘은 강 가운데 저절로 떠 다니네.


사진 cansilow

산중문답(山中問答) - 이백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3:08   [ 2018. 7. 18. 오후 3:08에 업데이트됨 ]




묻노니,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는가.
웃을 뿐, 답은 않고 마음이 한가롭네.
복사꽃 띄워 물은 아득히 흘러가나니, 
별천지 따로 있어 인간 세상 아니네.

問爾何事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杳然去   別有天地非人間


<이태백 문집(李太白文集)>, 김달진 옮김
사진 jekimpro

사랑의 신 - 루쉰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3:07   [ 2018. 7. 18. 오후 3:07에 업데이트됨 ]



공중에 날개 편 꼬마천사 
한손에 화살들고 시위를 당긴다 
웬일일까 알지 못해도 한방의 화살이 
가슴에 박힌다 
"꼬마천사님 고마워요. 
제게 사랑의 씨앗을 심어 주셔서! 
하지만 제게 말씀해 주세요. 
전 누구를 사랑해야 하는 거죠?" 
천사는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며 당황해서 말한다. 
"아! 
당신도 마음이 있잖아요. 
결국 그런 말씀을 하다니요. 
그대가 누굴 사랑해야 하는지 제가 어찌 알겠어요. 
제 화살은 멋대로랍니다! 
그대가 누군가를 사랑하신다면 
생명을 바쳐 그이를 사랑하세요. 
만일 그대가 누구도 사랑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생명을 버릴 수도 있겠지요."


<에로스와 프시케>, 제라르

그림자의 고별 - 루쉰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3:05   [ 2018. 7. 18. 오후 3:05에 업데이트됨 ]




   사람이 잠에 빠져 시간조차 잊어버렸을 떄 그림자가 작별인사를 하러 와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싫어하는 것이 천국에 있다면 나는 가기 싫다.
   내가 싫어하는 것이 지옥에 있다면 나는 가기 싫다.
   내가 싫어하는 것이 아이들 미래의 황금세계에 있다면 나는 가기 싫다.
   그러나 내가 싫어하는 것은 바로 당신이다.
   벗이여, 나는 그대를 따라가기 싫다. 머무르고 싶지도 않다.
   싫다.
   아아, 아아, 싫다. 허공을 헤메는 편이 차라리 낫다.
   나는 한갓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그대와 헤어져 어둠 속에 가라앉을까 한다. 그러면 어둠은 나를 삼켜 버릴 것이다. 그러면 밝음도 나를 지워 버릴 것이다.
   그러나 나는 명암 사이를 헤메고 싶지는 않다. 차라리 어둠 속에 빠지는 편이 낫다.
   그러나 나는 결국 명암 사이를 헤멘다. 황혼인지 여명인지를 나는 모른다.
   나는 잠시 회색빛 손을 들어 짐짓 술 마시는 듯하다. 나는 시간도 모르는 시간 속을 오직 홀로 멀리 가리라.
   아아, 아아, 만약 황혼이라면, 어두운 밤은 물론 나를 그속에 잠기게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나는 대낮에 지워지고 말리라. 만약 지금이 여명이라면. 

   그대여, 때가 된 것 같다.
   나는 어둠을 향해 허공 속을 방황하리라.
   그대는 아직도 나의 선물을 원하는가. 내가 그대에게 무엇을 줄 수 있으리요. 어쩔 수 없이 역시 어둠과 허공 뿐이다.
   그러나 바라건대 어둠이 자네의 빛으로 사라질 수 있기를.
   오직 바라건대 허공만은 자네의 마음을 채우지 말기를.

   나는 그러기를 바란다, 벗이여 ㅡ .
   나는 홀로 멀리 가리라. 그대도 없고 다른 그림자도 없는 어둠 속으로.
   나 홀로 어둠 속에 잠기면 세계는 완전히 내 것이 되리라.


1924년 9월 24일
 
그림 <흐린 밤 (Nuit grise,dit à tort Avant l'orage)>, 클라벨
1895년 / 유화 / 캔버스에 유채 / 60x92cm / 오르세 미술관 소장

동지(冬至) - 두보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3:03   [ 2018. 7. 18. 오후 3:03에 업데이트됨 ]


天時人事日相催   천시(天時)나 인간사 모두 나날이 바뀌지만

천시인시일상최

冬至陽生春又來.  동지는 봄의 따스함을 안고 다시 찾아오네.

동지양생춘우래


刺繡五紋添弱線   오색무늬 수놓은 데에 가는 선을 더하듯

자수오문첨약선


吹葭六管動飛灰.  갈대를 태우고 재를 불어 봄이 언제 올까 점쳐본다.

취가육관동비회


岸容待臘將舒柳   강가 버드나무는 섣달인데 벌써 새싹이 나려 하고

안용대납장서류


山意沖寒欲放梅.  산도 한겨울에 매화를 피우려 하는구나.

산의충한욕방매


云物不殊鄕國異  아! 만물은 고향이나 타향이나 다르지 않으니

운물불수향국이


敎兒且覆掌中杯. 그대 또한 잔을 내어오지 않겠는가.

교아차복장중배


사진 ghoul11

귀거래사(歸去來辭) - 도연명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3:01   [ 2018. 7. 18. 오후 3:02에 업데이트됨 ]




돌아가자. 전원에 장차 묵으려 하거니. 어찌 돌아가지 않으랴.
이미 스스로 마음으로써 몸에 사역(使役)하였으니, 
어찌 근심하여 홀로 슬퍼할 것이 있으랴.
지난 일은 고칠 수 없음을 깨달아, 장래에는 좇아서 틀리지 않을 것을 알았노라.
실로 길을 미(迷)하였으나 그리 멀지는 않았으니 이제부터는 옳고, 
어제까지는 글렀음을 알겠더라.배는 흔들려 가볍게 드놓이고.

바람은 옷자락을 날리누나.
나그네에게 앞길을 물어서 가니.
새벽빛이 희미한 것이 한스러워라.

이에 처마를 쳐다보고, 기쁜 마음으로 내 집으로 달려간다.
동복(童僕)은 기꺼이 맞이하고. 어린 아들은 문에서 기다린다.
삼경은 거칠어지고. 송국(松菊)은 아직도 남았구나.
어린 것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가니, 술이 통에 찼다.
단지 와 술잔을 잡아당겨 스스로 잔질을 하고, 
정원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얼굴에 기쁜 표정을 드러냈다. 
남창(南窓)에 기대어 태연히 앉았으니, 
용납할 만한 작은 방이지만 평안키만 하더라.

정원은 날로 거칠어도 언제나 아취 있는 전망을 이루고 있고, 
문을 달아 놓았지 만 늘 닫긴 채 그대로다. 
지팡이로 늙은 몸을 붙들어 아무 데서나 마음대로 쉬고, 
때로 머리를 높이 들어 자유로이 근방을 둘러본다.
구름은 무심히 산골짝 굴속을 돌아나오고, 
새는 날다가 지쳐서 다시 산으로 돌아올 줄 아는구나.
일광은 엷은 어둠에 가리면서 장차 서쪽으로 기울어 드는데, 
외로운 소나무를 어루만지며 그 주위를 맴돈다.

돌아가야지. 청컨대 교제를 쉬고 노는 것을 끊으리라.
세상과 나와는 서로 잊어버리자. 다시 수레에 올라 무엇을 구할 것이냐.
친척의 정화를 즐겨 듣고, 금서(琴書)를 즐기며 우수를 녹이리라.
농사꾼은 나에게 봄이 닥친 것을 알린다. 장차 서주에 일을 나야 하겠구나.
혹은 수레를 타고, 혹은 또 배를 저어, 
저 구불구불한 깊은 골짜기를 찾아가고, 또는 높고 낮은 오르막길로 언덕을 지나서 산수의 경치를 즐기리.
나무들은 흐드러지게 생기가 돋아 꽃이 피려 하고, 샘은 퐁퐁 솟아 물이 넘쳐흐른다.
만물은 때를 얻어 즐기는데, 나의 생명은 갈수록 끝이 남을 느끼게 되는구나.

끝났구나. 형체를 세상에 붙임이 다시 몇 때나 되겠는가.
어찌 마음에 맡겨 가고 머무는 것을 자연에 맡기지 않는가. 어찌 황황히 어디를 가고자 하는가.
부귀는 나의 원하는 것이 아니며, 선국(仙國)은 기약하지 못하리라. 
좋은 시절을 알아서 혼자서 가고, 혹은 지팡이를 세워 밭에 김 매고 흙을 북돋운다.
동쪽 언덕에 올라 노래를 부르고, 청류(淸流)에 임(臨)하여 시를 짓는다.
얼마 동안 자연의 조화(造花)를 따르다가 마침내 돌아가면 되는 것이니, 
천명(天命)을 즐기면 그만이었지 무엇을 의심하랴.


최기호 옮김
그림. 귀거래도<歸去來圖> - 장승업
 
비단에 담채, 136cm x 32.5cm, 간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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