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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의 땅 - 타고르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2:53   [ 2018. 7. 18. 오후 2:53에 업데이트됨 ]



   어머니, 하늘빛은 회색이 되었고 저는 때가 어찌 되었는지 모릅니다.
   제 놀이에는 즐거움이 없고 그래서 저는 당신에게 왔습니다. 오늘은 우리의 휴일, 토요일입니다.
   어머니, 일을 그만두십시오. 여기 창가에 앉아 동화 속의 테판타르 사막이 어디인지 말해 주십시오.
  
   비 그림자가 끝에서 끝까지 하루를 덮었습니다. 
   번쩍이는 번개가 손톱으로 하늘을 찢고 있습니다.
   구름이 우르릉거리고 천둥이 칠 때면 저는 가슴 속으로 두려워져 당신에게 매달리고 싶습니다.
   세찬 비가 몇 시간을 대나무 잎에서 후드득거리고 창문들이 바람결에 흔들려 소리 낼 때면 어머니, 저는 당신과 함께 방 안에 홀로 앉아 당신이 동화 속의 테판타르 사막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것을 듣기 좋아합니다.

   그것은 어머니, 어떤 바다의 연안, 어떤 산들의 기슭, 어떤 왕의 나라 어디에 있습니까?
   거기에는 들을 표시할 울타리도 없으며 마을 사람들이 저녁이면 마을로 찾아갈, 혹은 숲에서 마른 나뭇가지를 모은 여인들이 그 짐을 시장에 가져갈 오솔길도 없습니다. 모래밭의 몇 조각 노란 풀더미와 지혜로이 늙은 새 한 쌍이 둥우리 친 나무 하나가 테판타르 사막에 누워 있을 뿐입니다.

   이처럼 구름 낀 날, 젊은 왕자가 미지의 강 저편 거인의 궁전에 갖힌 공주를 찾아 흑색 말을 타고 혼자서 어떻게 그 사막을 가는지 저는 상상할 수 있습니다.
   먼 하늘에서 비안개가 내리고 급작스런 고통의 발작처럼 번개가 칠 때 그는 동화 속의 테판타르 사막을 말 타고 가며 왕에게 버림받아 외양간을 쓸며 눈물을 닦는 불행한 자기 어머니를 생각하겠지요?

   보십시오 어머니, 하루가 끝나기 전 날은 거의 어두워지고 마을길에는 먼 여행자도 없습니다.
   목동은 목장에서 일찍 집으로 돌아갔고 사람들도 들에서 돌아와 오두막집 처마 아래 멍석에 앉아 험상궂은 구름을 보고 있습니다.
   어머니, 저는 제 책을 모두 서가에 꽂았습니다 ㅡ 이제 공부하라고 제게 말하지 마십시오.
   제가 자라서 아버지처럼 크면 제가 알아야 할 것은 모두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만은 어머니, 동화 속 테판타르 사막이 어디 있는지 말해 주십시오.


김병익 옮김(수정)
사진 
Massmo Rels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