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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비둘기 - 김광섭

게시자: 성우넷, 2018. 7. 17. 오후 1:06   [ 2018. 7. 17. 오후 1:06에 업데이트됨 ]




성북동 산에 번지(番地)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廣場)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祝福)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採石場) 포성(砲聲)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九孔炭)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루 가서 
금방 따낸 돌 온기(溫氣)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聖者)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平和)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사진 Olaf_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