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 ‎중앙유럽‎ > ‎

오스트리아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4:45   [ 2018. 7. 18. 오후 4:45에 업데이트됨 ]




당신은 참으로 젊습니다
당신은 모든 시작을 앞에 두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러기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당신에게 이런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당신의 가슴 속에 풀리지 않은 채로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인내심을 갖고 대항하는 것과
그 문제들 자체를 굳게 닫힌 방이나
지극히 낯선 말로 적힌 책처럼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당신은 그 해답을 구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직접 몸으로 살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부터 당신의 궁금한 문제들을 직접 몸으로 살아보십시오

그러면 먼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그 해답 속에 들어와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 길을 가다가 마주치는 모든 것들을 커다란 신뢰로 받아들이도록 하십시오
그것들이 당신의 의지에서 나올 때 즉 당신의 내면의 어떤 욕구에서
나올 때에는 그것을 미워하지 말고 그냥 받아들이십시오

누구도 함께 할 수 없는 당신의 성장을 기뻐하십시오 그리고
당신의 성장의 뒤쪽에서 처져 있는 사람들에게 친절하십시오
그리고 그들 앞에서 확실하고 태연하게 행동하도록 하고
당신의 의심으로 그들에게 고통을 주지 말 것이며
그들이 이해 못할 당신의 확신이나 기쁨으로 그들을 놀라게 하지도 마십시오

당신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사랑하고
당신에겐 친근하기만 한 고독을 두려워하는 나이 든 분들에게는
관대하게 대하십시오

이 같은 직업의 굴레로 인해 당신의 내면 가장 깊숙한 곳의
삶이 제약을 느끼든지, 그 사실을 확인할 때까지 꾹 참고 기다리십시오

당신의 고독은 당신에게 아주 낯선 상황 속에서도
당신을 위한 의지처이자 고향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바로 고독을 출발점으로 삼아서
당신의 모든 길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인생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4:43   [ 2018. 7. 18. 오후 4:43에 업데이트됨 ]




인생을 꼭 이해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맞이하라

길을 걷는 아이가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들의 선물을 받아들이듯


아이는 꽃잎을 모아 간직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다

머리카락에 행복하게 머문 꽃잎들을

가볍게 떼어 내고

아름다운 젊은 시절을 맞이하며

새로운 꽃잎으로 손을 내밀 뿐




류시화 옮김
이미지 © mutualart

이별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4:42   [ 2018. 7. 18. 오후 4:42에 업데이트됨 ]




이별이란 어떤 것일까
내가 아는 이별, 어두운, 상처 입지 않은,
매정한 어떤 것: 아름다울 만한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면서, 질질 끌며,
찢어버리는 어떤 것.

어떻게 아무 방어 없이 나는
그곳에 나를 부르고, 가게 하고, 남게 하는
그것을 쳐다볼 수 있었던가. 모든 여인들이 그렇듯
그래보아야 보잘것없어 지고, 이것밖에 없네.

한 번의 윙크, 이젠 나와 상관없는,
계속되는 한 번의 가벼운 윙크―, 그것은 이미
아무런 뜻이 없네: 아마도 한 마리의 뻐꾸기가 날아올라
황망히 떠나버린 한 그루 자두나무인지 모른다.


김주연 옮김 (수정)
사진 
tanakawho

사랑이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4:41   [ 2018. 7. 18. 오후 4:41에 업데이트됨 ]




사랑이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
햇빛처럼 꽃보라처럼
또는 기도처럼 왔는가

행복이 반짝이며 하늘에서 풀려와
날개를 거두고
꽃피는 나의 가슴에 걸려온 것을.

하이얀 국화가 피어 있는 날
그 짙은 화사함이
어쩐지 마음에 불안하였다.
그날 밤 늦게, 조용히 네가
내 마음에 다가왔다

나는 불안하였다. 아주 상냥히 네가 왔다
마침 꿈 속에서 너를 생각하고 있었다
네가 오고 그리고 은은히, 동화에서처럼
밤이 울려 퍼졌다

밤은 은으로 빛나는 옷을 입고
한 주먹의 꿈을 뿌린다
꿈은 속속들이 마음 속 깊이 스며들어
나는 취한다

어린 아이들이 호도와
불빛으로 가득한 크리스마스를 보듯
나는 본다, 네가 밤 속을 걸으며
꽃송이 송이마다 입맞추어 주는 것을.


사진 33

사랑의 노래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4:39   [ 2018. 7. 18. 오후 4:40에 업데이트됨 ]




당신의 영혼을 건드리지 않으려면
내 영혼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떻게 하면 이 영혼이
당신을 넘어 다른 것들을 향해 솟을 수 있나요?
아, 어둠 속 깊은 곳 어느 잃어버린 것들 곁에
나의 영혼을 숨겨두고 싶습니다,
당신의 깊은 곳이 흔들릴 때도 꼼짝 않는
낯설고 조용한 그곳에.
그러나 그대와 나, 그래 우리를 건드리는 모든 것은
두 현으로 한 목소리를 내는
운궁법(運弓法)처럼 우리를 합쳐줍니다.
어떤 악기 위에 우리는 팽팽히 드리워져 있나요?
어떤 바이올린 주자(奏者)가 우리를 손에 넣을까요?
아, 달콤한 노래여.


김재혁 옮김
사진 Emily's mind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라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4:33   [ 2018. 7. 18. 오후 4:38에 업데이트됨 ]


사랑에 빠진 사람은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해야 하네. 
사랑이라고 불리는 그것 
두 사람의 것이라고 보이는 그것은 사실 
홀로 따로따로 있어야만 비로소 충분히 전개되어 
마침내는 완성될 수 있는 것이기에.

사랑이 오직 자기 감정 속에 들어 있는 사람은 
사랑이 자기를 연마하는 일과가 되네. 
서로에게 부담스런 짐이 되지 않으며 
그 거리에서 끊임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것, 
사랑에 빠질수록 혼자가 되라. 
두 사람이 겪으려 하지 말고 
오로지 혼자가 되라.


사진 James Jordan

가을날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4:32   [ 2018. 7. 18. 오후 4:32에 업데이트됨 ]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후로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러이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그리운 나무 그늘이여 - 니콜라 미나토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4:31   [ 2018. 7. 18. 오후 4:31에 업데이트됨 ]


내가 사랑하는 플라타너스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잎이여, 

운명은 너희들에게 빛나네

천둥과 번개와 폭풍우가

너희들의 평안을 결코 어지럽히지 못하고,

탐욕스런 남풍도 너희들을 모독하지 못하도록!                   

나무 그늘에서 이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울 만큼 유쾌한 일은 없었네


- 헨델의 오페라 '세르세' 中

1-8 of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