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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 - 엘케 외르트겐




한평생 동안 우리는  
대지의 손님입니다.  
대지는 우리를 길러주고 품어주다가  
죽음의 품속에 우리를 거두어갑니다.

대지로 돌아가서 먼지가 되는
위대한 변화.  
사랑스레 대지를 받들어야할 이유가  
주인의 권리를 존중해야할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우리가 지닌 이 대지는  
단 하나 뿐이니까요.

우리는 대지의 살점을 도려내고,  
대지의 피부로부터 털을 깎듯  
숲을 베어냅니다. 

더구나 구멍 숭숭한 상처 속에  
아스팔트를 메꾸어 숨통을 틀어막지요. 

어느새 우리는 대지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인정이라곤 털끝만큼도 없는 강도가 되어  
밤낮 구별없이  
대지를 약탈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성을 잃어버린 도굴꾼이었습니다.  
물고기와 물새들이 기름에 덮여  
목숨을 잃듯이,  
오염된 물과 흙   
독이 밴 바람을 마시며  
대지 역시 절명할 수 있습니다.

(…)  
이제 대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이라곤,  
우리가 그와 그의 피조물들에게  
저지른 짓거리일 뿐.  


사진 pimpdisclos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