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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진에 묻혀 - 윌리엄 워즈워스




우리는 너무나 홍진(紅塵) 에 묻혀 산다.

꼭두새벽부터 밤 늦도록
벌고 쓰는 일에
있는 힘을 헛되이 탕진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도 보지 못하고,
심금마저 버렸으니 이 누한 흥정이여!

달빛에 젖가슴을 드러낸 바다
혹은 두고두고 울부짖다
시들을 꽃포기처럼 잠잠해지는 바람
이 모든 것과 우리는 남남이다.

매사에 시큰둥하다. 신이여!
차라리 사라진 옛 믿음으로 자라는 
이단(異端)이나 되고 지고
이 아름다운 풀밭에 서서
경치를 바라보면 위안이 되도록
바다에서 솟아나는 프로테우스를 볼 수 있고
트라이튼의 조가비 소식을 들을 수 있도록. 


유종호 옮김
사진 
Giorg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