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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5:18   [ 2018. 7. 18. 오후 5:18에 업데이트됨 ]



평범하고 인간적인 것에 대한 이 불신에

보통의 삶을 소위 이상이라는 것과 슬쩍 바꿔치기하려는 욕망에

평범한 온기를 차디찬 광채와 맞바꾸려는 이 욕망에

나는 매번 충격을 받았다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꾸미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해 이들은 신문이나 책 따위에서 이야기를 끌어오지 않는다

타인의 영향을 받은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뽑아낸 진짜 고통과 아픔을 들려준다


많이 배운 사람들의 감정과 언어는 시간에 의해 다듬어지기 쉽다

그리고 본질이 아닌 부차적인 것들에 쉽게 물든다

어떻게 퇴각했는지 어떻게 공격을 감행했는지 어느 전선에서 싸웠는지는 

영웅심에 도취되어 흔히들 하는 '남자'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그것이 아닌 '여자'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오랜 시간을 들여 삶의 영역이 다른, 많은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다


전쟁이 끝나면 하고 싶은 일 세 가지가 있었어

첫째, 배로 기지 않고 두 다리로 전차 타기

둘째, 흰 빵을 사서 통째로 먹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빳빳하게 풀을 먹인 하얀 침대보 위에서 실컷 자기


우리들, 코나보코의 소녀병사들은 모두 다섯 명이었어

하지만 살아서 엄마한테 돌아온 건 나 하나야


그녀는 뜻밖의 시 한 편을 읊는다


용감한 소녀병사 전차 위로 뛰어올라

그렇게 자신의 조국을 지킨다네

소녀병사는 총탄도 파편도 두렵지 않으니

그 가슴 뜨겁게 불타오르기 때문이네

기억하게 전우여, 그녀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방수망토에 실려오던 그 순간을


박은정 옮김

이미지 militarycostu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