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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바람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게시자: 성우넷, 2019. 2. 18. 오후 9:43   [ 2019. 2. 19. 오전 3:22에 업데이트됨 ]





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그대는 살아 있다,

그리고 그 바람, 구슬피 울며 호소하는,

흔들리고 있는 집과 숲, 삐걱대는

홀로 선 전나무들이 아닌 하나에 의한 하나

아니면 그 숲 전체, 모든 나무들이 어울려,

모두 떨어져 널따란 간격을 지닌 채,

폭풍우의 날씨에 항해 없는 요트들처럼

부두 안에 계류되었을 때 그들은 거짓을 말한다.

그리고 이것은 무례한 교만에서 나왔다거나

목표 없는 잘못에 분노하려는 게 아니다

오로지 자장가를 나누기 위하여

슬픔과 그리움의 말들로 그대를 위하여


허성우 옮김

참사랑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전 11:45   [ 2018. 7. 18. 오전 11:45에 업데이트됨 ]



모든 사람을 다, 그리고 한결같이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 
보다 큰 행복은  
단 한 사람만이라도 
지극히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그저  
상대방을 사랑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대개의 경우와 같이 
자신의 향락을 
사랑하는 것이어서는 안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 
그와의 관계를 끊을 각오가 되어 있는지 
자문해 보십시오 
만약 그럴 수 없다면 당신은 
사랑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을 뿐입니다 


사진 MahPadilha

대화 - 이반 투르게네프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전 11:44   [ 2018. 7. 18. 오전 11:44에 업데이트됨 ]





아직은 인간의 발자취가 없었노라,
융프라우에도 
힌스테라아르호른에도 

   알프스의 정상… 기암절벽의 연봉… 첩첩산중의 한복판
   태산 준령 위엔 맑게 갠 연록색의 말없는 하늘. 살을 에는 듯한 추위. 눈부시게 반짝이는 응고된 눈. 그 눈을 뚫고 우뚝 솟은 얼음에 덮이고 비바람에 그을은 준엄한 암괴.
   지평선 양쪽에 우뚝 마주 솟은 두 거봉, 두 거인― 
   융프라우와 힌스테라아르호른.
   융프라우가 이웃에게 말한다:
   ― 뭐 새로운 소식이라도 없소? 당신이 나보다는 잘 보일거요. 하계의 모양은 어떻소?
   잠깐 사이에 수천 년이 흐른다. 이윽고 힌스테라아르호른이 우렁차게 대답한다:
   ― 밀운이 지면을 덮고 있소… 잠깐만 기다리시오!
   잠깐 사이에 다시 수천 년이 흐른다.
   ― 자, 지금은 어떻소? ― 융프라우가 묻는다.
   ― 이번에는 보이는군. 하계는 여전히 변함이 없소. 얼룩지고 자질구레하오; 물은 푸르고 숲은 검고 쌓아올려진 돌 더미들은 잿빛이오. 그 주위에선 여전히 딱정벌레들이 꿈틀거리고 있소. 아직도 당신이나 나를 더럽힌 적이 없는, 저 두 발 달린 벌레들 말이오. 
   ― 인간들 말인가요?
   ― 그렇소, 그 인간들 말이오.
   잠깐 사이에 수천 년이 흐른다. 
   ― 자, 지금은 어떻소? ― 융프라우가 묻는다.
   ― 벌레들이 좀 적어진 것 같소, ― 힌스테라아르호른이 우렁차게 대답한다. ― 하계가 전보다는 선명해졌소; 물이 줄고 숲도 성글어졌소.
   잠깐 사이에 다시 수천 년이 흐른다.
   ― 무엇이 보이오? ― 융프라우가 묻는다.
   ― 우리들 근처는 아주 깨끗해진 것 같소, ― 힌스테라아르호른이 대답한다.
   ― 그런데 저 먼 계곡 사이에는 아직도 얼룩이 남아있고 뭔가가 꿈틀거리고 있소.
   ― 지금은 어떻소? ―  다시 잠깐 사이에 수천 년이 지나자 융프라우가 묻는다.
   ― 이제야 좋아졌소, ― 힌스테라아르호른이 대답한다.
   ― 어디나 깨끗하오, 어딜 보나 새하얗소… 보이는 것은 모두 우리의 눈뿐이오. 눈과 얼음이 고루 깔려 있소. 죄다 얼어버렸소. 이젠 됐소, 마음이 놓이는군요.
   ― 잘 됐군요 ― 융프라우가 말한다. ― 그건 그렇고 우리도 꽤 지껄였으니 이젠 한잠 자도록 합시다, 노인.
   ― 그럽시다.
   거대한 산들은 잠든다; 맑게 갠 푸른 하늘도 영원히 입을 다문 대지 위에 잠든다.
 
(1878년 2월)

김학수 옮김
사진 
Soller Photo

서정시 - 요세프 브로드스키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전 11:43   [ 2018. 7. 18. 오전 11:43에 업데이트됨 ]



2
년 후 

아카시아는 시들어 있겠지 
주가는 떨어지고 
세금은 올라 있겠지 
2년 후 
방사능은 더 늘어 있을 거야 
2년 후 
2년 후 

2년 후 
양복은 누더기가 되고 
진실은 가루가 되며, 
유행은 바뀌어 있겠지. 
2년 후 
아이들은 애늙은이가 되어 있을 거야. 


작은 꽃 하나 - 알렉산드르 푸슈킨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전 11:42   [ 2018. 7. 18. 오전 11:42에 업데이트됨 ]



작은 꽃 하나 바싹 말라 향기를 잃고
책갈피 속에 잊히어 있네
그것을 보니 갖가지 상상들로
어느새 내 마음 그득해지네

어디에서 피었을까? 언제? 어느 봄날에?
오랫동안 피었을까? 누구 손에 꺾였을까?
아는 사람 손일까? 모르는 사람 손일까?
무엇 때문에 여기 끼워져 있나?

무엇을 기념하려 했을까?
사랑의 밀회일까? 숙명의 이별일까?
아니면 고요한 들판, 숲 그늘 따라
호젓하게 산책하던 그 어느 순간일까?

그 남자 혹은 그 여자는 아직 살아 있을까?
지금 어디서 살고 있을까?
이미 그들도 시들어 버렸을까?
이 이름 모를 작은 꽃처럼


최선 옮김
사진 peren

시인에게 - 알렉산드르 푸슈킨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전 11:40   [ 2018. 7. 18. 오전 11:40에 업데이트됨 ]




시인이여! 사람들의 사랑에 연연해하지 말라
열광의 칭찬은 잠시 지나가는 소음일 뿐
어리석은 비평과 냉담한 비웃음을 들어도
그대는 강하고 평정하고 진지하게 남으라

그대는 황제, 홀로 살으라. 자유의 길을
가라, 자유로운 지혜가 그대를 이끄는 곳으로
사랑스런 사색의 열매들을 완성시켜 가면서
고귀한 그대 행위의 보상을 요구하지 말라

보상은 그대 속에, 그대는 자신의 가장 높은 판관
누구보다도 엄격하게 그대 노고를 평가할 수 있는,
그대는 자신의 작업에 만족했느냐, 준엄한 예술가여?

만족했다고? 그러면 대중이 그것을 힐난하며
그대의 불꽃이 타오르는 제단에 침 뱉고
어린애처럼 소란하게 그대의 제단을 흔들지라도 그냥 그렇게 두라


최선 옮김
사진 
j.lee43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알렉산드르 푸슈킨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전 11:39   [ 2018. 7. 18. 오전 11:39에 업데이트됨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은 꼭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일은 모두 그리워만 진다

비가 - 알렉산드르 푸슈킨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전 11:37   [ 2018. 7. 18. 오전 11:38에 업데이트됨 ]




  어리석은 날들의 쾌락은 사라지고 
혼란스런 숙취처럼 괴로움만 남았다.
허나, 지난날의 슬픔은 ㅡ 포도주처럼 
내 영혼 속에서 오래될수록 더 진해진다
나의 길은 우울하다. 미래라는 일렁여진 바다는
내게 고난과 슬픔을 약속한다

  허나 오, 친구여, 나는 죽고 싶지 않다
나는 살고 싶다, 생각하고 아파하기 위해.
그리고 나는 알고 있다, 비통과 근심과 불안 가운데
기쁨도 있으리라는 것을.
때때로 다시 조화의 미를 만끽하고
상상력에 눈물을 떨굴 때도 있으리라는 것을
또 아마도 ㅡ 내 슬픈 석양길에
사랑이 작별의 미소로 빛나리라는 것을


최선 옮김
사진 Neil Kremer

어머니의 편지, 답장 - 세르게이 예세닌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전 11:36   [ 2018. 7. 18. 오전 11:36에 업데이트됨 ]




어머니의 편지 


이제
뭘 더 생각할 게 있겠는가,
이제 뭘 더 쓸 게 있겠는가?
내 눈 앞
우울한 책상 위에
놓여진 
어머니의 편지.

어머니는 이렇게 쓰신다.
“될 수 있으면 말이다, 얘야,
크리스마스 때
우리한테 내려오려무나.
내게는 목도리를 하나 사주고,
아버지께는 바지를 한 벌 사다오.
집에는
부족한 게 너무 많단다.

네가 시인이라는 거,
좋지 않은 평판만
얻고 있는 거,
난 정말이지 못마땅하다.
차라리 네가 어릴 적부터
뜰로 쟁기나 몰고 다녔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나도 이젠 늙었고
몸도 영 좋지 않단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대체 네가 왜 이렇게 되었느냐?
그토록 얌전하고,
그토록 순한 아이였는데.
모두들 앞을 다퉈 말하곤 했지.
저 아이 아버지는
얼마나 행복할까!라고.

네게 품었던 우리의 희망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구나.
게다가 더 가슴 아프고
쓰라린 것은,
그나마 네가 시로 버는 돈이
꽤 많을 것이라는
허황한 생각을
네 아버지가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다만 
얼마를 벌든 간에,
네가 돈을 집에 보낸 적은 한 번도 없지.
네 시가 그토록 서러운 걸 보면
나도
알겠다,
시인들한텐 돈을 잘 안 주나 보다는 걸.

네가 시인이라는 거,
좋지 않은 평판만
얻고 있는 거,
난 정말이지 못마땅하다.
차라리 네가 어릴 적부터
뜰로 쟁기나 몰고 다녔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요즘은 온통 슬픈 일 투성이다.
암흑 속에서 사는 것만 같구나.
말(馬)도 없단다. 
네가 집에만 있었더라면,
지금쯤 우리에겐 모든 게 있을 텐데,
네 머리로
동네 읍장인들 안 됐겠느냐.

그랬더라면 더 당당하게 살았을 텐데,
아무한테도 끌려 다니지 않고,
너 역시나
필요 없는 고생은 안했을 텐데,
네 처한테는
실 잣는 일이나 시키고,
너는 아들답게,
우리의 노년을 돌보지 않았겠느냐.” 

편지를 구겨 버린 나는
우울해진다.
정말이지 내 이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날 길은 없는 것인가?
그러나 내 모든 생각은 
나중에 털어놓으련다.
답장에서
털어놓으련다.


답장
 


내 늙은 어머니, 
사시던 대로 그냥 사세요.
어머니의 사랑,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다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요,
하지만 
내가 무얼 위해 사는지,
이 세상에서 무얼 하며 사는지
어머니는 눈곱만큼도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어머니!
눈보라 속에서 어떻게 잠이 들 수 있지요?
굴뚝에선 웅웅대는 소리가
그렇게 불평하듯 늘어지는데.
몸을 뉘려 하면,
보이는 건 침대가 아니라
좁은 관이고,
꼭 무덤에 들어가는 것만 같을 테지요.

내가 사랑하는
그 봄을 
나는 위대한 혁명이라
부르지요!
오직 그 하나만을 위해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거예요.
그 하나만을
기다리며 불러대는 거예요.

그런데 이 가증스러움이란
레닌의 태양으로도
여태 덥혀지지 않는,
우리의 이 차가운 지구 말이에요!
바로 그래서
시인의 아픈 가슴을 안고
추태를 부리기로 나선 거예요.
술 마시고 싸움질이나 하면서 말이에요.

돈에 대해서는 잊어버리세요.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시라고요.
죽음이라니요?
왜 그러세요?
내가 뭐 외양간에서 끌어내야하는
소는 아니잖아요,
말이나
당나귀도 아니고 말이에요.

때가 오면,
지구에
불을 지펴야 할 때가 오면,
내 발로 나가겠어요,
그리고는, 돌아오는 길에
목도리를 사드리지요,
아버지께는 
말씀하신 바지도 사드리고요.


사진 Arslan

어머니께 부치는 편지 - 세르게이 예세닌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전 11:34   [ 2018. 7. 18. 오전 11:35에 업데이트됨 ]




아직도 살아 계십니까, 늙으신 어머님?
저도 살아 있어요. 문안을 드립니다, 문안을!
당신의 오두막집 위에
그 말 못할 저녁 빛이 흐르옵기를.
저는 편지를 받고 있습니다, 당신께서는 불안을 숨기시고
저를 두고 몹시 애태우셨다고,
자주 한길로 나가곤 하신다고,
옛스런 헌 웃옷을 걸치시고,
당신께서는 저녁의 푸른 어스름 속에서
자주 똑같은 광경을 보고 계십니다 - 
마치 누군가가 술집의 싸움 속에서
제 심장 밑에 핀란드 나이프를 내리꽂은 것 같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그것은 다만 괴로운 환상일 뿐입니다.
저는 그렇게 지독한 대주가는 아닙니다 -
당신을 뵙지 않고 죽어버릴 만큼의.
예나 다름없이 정겨운 저는
다만 몽상하고 있을 뿐입니다 -
끝없는 고통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우리의 나지막한 집으로 돌아갈 날을.
저는 돌아가겠습니다, 어린 가지들이 뻗을 때
봄답게 하얀 우리 뜰에.
저를 이제 새벽에
8년 전처럼 깨우지만 마세요.
사라진 몽상을 일깨우지는 마십시오,
이루어지지 못한 것을 물결 일게 하지 마십시오 -
너무나 이른 상실과 피로를 
저는 인생에서 겪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기도하는 것을 가르치지 마십시오.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제 옛날로 되돌아갈 것이 없습니다.
당신만이 저에게 있어서는 도움이요, 기쁨입니다.
당신만이 저에게 있어서는 말 못할 빛입니다.
그러니 당신의 불안을 잊으십시오,
저로 인해 그토록 슬퍼하지 마십시오.
자주 한길로 나가곤 하지 마십시오.
옛스런 헌 웃옷을 걸치시고.


사진 mug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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