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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없다 - 세사르 바예호




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없다.

항상 산다는 것이 좋았었는데, 늘 그렇게 말해왔는데.

내 전신을 이리저리 만지면서, 내 말 뒤에 숨어 있는

혀에 한 방을 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오늘은 턱이 내려와 있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잠시 머물게 된 이 바지 안에서 나 자신에게 말한다.

‘그리도 많이 살았건만 결코 살지 않았다니!’

‘그리도 많은 세월이었건만 또 다른 세월이 기다린다니!’

우리 부모님들은 돌 밑에 묻히셨다.

부모님들의 서글픈 기지개는 아직 끝나지 았았고,

형제들, 나의 형제들은 온전한데,

조끼 입고 서 있는 나라는 존재.


나는 산다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삶에는 나의 사랑하는 죽음이 있어야 하고,

커피를 마시며 파리의 무성한 밤나무를 바라보면서

이런 말을 해야 한다.

‘이거와 저거는 눈, 저것과 이것은 이마…’

그리고 이렇게 되풀이한다.

‘그렇게 많은 날을 살아왔건만 곡조는 똑같다.’

‘그렇게 많은 해를 지내왔건만, 늘, 항상, 언제나…’


아까 조끼라고 했지. 부분, 전신,

열망이라고도 했지. ‘울지 않으려고’라는 말을 거의 할 뻔했지.

저 옆 병원에서 정말 많이 아파서 고생깨나 했지.

내 온몸을 아래에서 위까지 다 훑어본 것은

기분 나쁜 일이긴 하지만, 뭐 괜찮아.


엎드려서 사는 거라 해도 산다는 것은 어쨌든 늘 기분 좋은 일일 거야.

‘그리도 많이 살았건만 결코 살지 않았다니! 그리도 많은

세월이었건만 늘, 언제나 항상, 항시 세월이 기다리고 있다니!’

이렇게 나는 늘 말해왔고 지금도 말하니 말이다.



 고혜선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