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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추억의 눈물 - 조수에 카르두치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4:29   [ 2018. 7. 18. 오후 4:29에 업데이트됨 ]




짙은 등황색 꽃을 피울 
그대의 가냘픈 순이 
부러져 버린 석류나무는

외로운 앞마당에 고요히 내린 
유월의 따스한 햇살로 
이제 온통 푸른 기운을 되찾았네

그대는 내 줄기 위에서
쓸모없는 삶으로 흔들리어
메마른 외톨이꽃이라오

차고 검은 흙 속에 묻힌 그대에게
태양조차 일깨우지 못하네
기쁨을 줄 사랑을


허성우 개역
그림 
premasagar

환상 - 에우제니오 몬탈레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4:27   [ 2018. 7. 18. 오후 4:28에 업데이트됨 ]




날이 밝아온다. 닳아진 은(銀)같이
새하얀 여명, 내 그것을
벽에다 걸어두면
닫힌 창문에 빛살이 내려앉는다.
태양의 일상은 돌아오는데
산만한 목소리며 귀에 익은
큰 소리는 전해 오지 않는다.

왜일까? 난 매혹적인 하루를 생각한다.
너무 똑같은 시차로 도는 회전목마에서
벗어나고, 오래 전부터 나, 이 무의식적인 마술사를
가득 채웠던 힘, 그 힘이 넘치리라.
이제 난 얼굴을 내밀어
높다란 집과 벌거벋은 길을 마주하리라.

카페의 무늬 진 눈 풍경처럼 즐겁고
새하얀 눈의 날 내 만나보리니,
솜털 가득한 하늘에서 때늦은 광선이 미끄러지고,
보이지 않는 빛으로 숲과 언덕을 가득 채우며
나에게 들려주리라, 즐거운 귀향의 찬사를.

천하의 근본인 알파벳처럼
백색 위에 나뭇가지들이 쓴
검은 기호를, 나 기꺼이 읽으리.
지난 과거 모두가 내 앞에
한 점으로 나타나고
그 어떤 소리도 이 한적한
즐거움을 방해하지 않으리라.
삼월의 수탉이
공중으로 날거나
말뚝 위에 내리리라.

사진  James Jordan

해바라기 - 에우제니오 몬탈레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4:26   [ 2018. 7. 18. 오후 4:26에 업데이트됨 ]




바닷바람에 그을린 내 영토에 
옮겨 심은 해바라기 내게 가져와 주오,
번쩍이는 푸른 창공에 노란 얼굴로
종일토록 초조함을 내비친다오.

어스레한 사물이 광명을 향하고
몸체는 흐르는 어둠 속에 마멸되는데,
사물은 음악 속에 사그라진다.
소멸은 곧 행운 중의 행운이려니.

황금빛 투명함이 일어나는 곳으로 
안내하는 그 화초를, 그대 내게 가져와 주오.
삶의 모든 본질을 증발시킨다.
빛에 미쳐버린 해바라기, 내게 가져와 주오.


사진  fabiogis50

삶의 불행 - 에우제니오 몬탈레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4:24   [ 2018. 7. 18. 오후 4:24에 업데이트됨 ]




나는 때때로 삶의 불행을 만났다
그것은 꼬록꼬록 숨막히는 개천이었고
말라 비틀어진 잎사귀를 포장하는 것이었으며
넘어지는 말과 같았다

신의 무관심을 슬며시 열어주는
경탄스러운 일 외에, 나는 아무것도
잘 알지 못했는데, 그것은 한낮의
잠에 취한 조각상, 구름, 높이 솟은 사냥매였다.


사진  Alexollon

도라 마르쿠스 - 에우제니오 몬탈레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4:23   [ 2018. 7. 18. 오후 4:25에 업데이트됨 ]




1

나무로 된 선창이 
포트로 코르시니의 바다 위로 돌출해 있고
몇몇 사내들이 거의 꼼짝 않고 그물을
던지고 끌어올리는 곳이었다. 그대 손을 휘저어
그대는 바다 건너 보이지 않는 나라를
가리켰다 - 그대 자신의 것을.
그래서 우리는 전혀 추억이 없고, 마비된 사월이
가라앉는 편편한 저지대, 그을음으로 빛나는
도시의 심장부를 거슬러
운하를 따라갔다.

그리고 고대(古代)의 생활이 부드러운
동양적인 근심으로
얼룩져있는 여기,
그대의 말을 사로잡힌 물고기의 비늘처럼
무지개를 만들었다.

그대 불안은 나에게
폭풍이 몰아치는 저녁나절
부리를 머리에 틀어박는
커다란 철새들을 생각나게 한다.
그대의 감미로움 그 자체는
아무도 모르게 회오리치는 폭풍이며,
그 고요함은 더욱 더 희귀하다.
지친 채, 그대 가슴 속 무관심의 큰 호수에서
어떻게 그대가 버텨 나가는지
나는 모른다.
아마도 그대의 립스틱, 분첩, 손톱 가는 줄
그 부문에 간직한 어떤 부족이 그대를 보호하나보다-
상아로 조각한 하얀 생쥐
그리고 그처럼 그대는 살아남는다.


2

이제 도금양이 꽃피고 연못이 있는
그대 고향 카린시아에서
그대는 물가에 허리를 굽혀
하품하는 수줍은 잉어를 바라보고
또 울퉁불퉁한 산봉우리 사이에서
라임나무 아래로
천천히 켜지는 저녁의 등불,
그리고 수면(水面) 깊숙이, 부두와 주택의
차양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을 따라가기도 한다.

축축한 작은 만(灣) 위에까지 퍼진 저녁은
자동차의 웅성거림과 함께
거위들의 울음만을 가져오고
실내(室內)의 눈처럼 흰 도자기는
그대 변한 모습을 보여주는, 새까만 거울 속에서
지우개가 닫지 않는 곳에
산(酸)으로 식각하면서
냉엄한 잘못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도라, 그대의 전설이란!
하지만 그것은 이미
큼직한 금빛 초상화 속,
높고 가냘픈 구렛나루를 한 사내의
표정에 씌어 있다.
그것은 망가진 하모니카가
황혼의 저 먼 끝에서 내는
하나 하나의 화음에서
늦게 늦게 돌아온다.

그것은 거기에 씌어 있다. 상록의 월계수는
부엌에서도 살아남고
목소리는 변하지 않았고
라벤나는 멀고 멀며
치열한 신앙은 독(毒)을 제거한다.
그것은 그대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목소리, 전설 혹은 운명에
누구도 몸을 내맡겨서는 안된다.
하지만 늦는다, 항상
늦고 또 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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