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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 에우제니오 몬탈레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4:27   [ 2018. 7. 18. 오후 4:28에 업데이트됨 ]



날이 밝아온다. 닳아진 은(銀)같이
새하얀 여명, 내 그것을
벽에다 걸어두면
닫힌 창문에 빛살이 내려앉는다.
태양의 일상은 돌아오는데
산만한 목소리며 귀에 익은
큰 소리는 전해 오지 않는다.

왜일까? 난 매혹적인 하루를 생각한다.
너무 똑같은 시차로 도는 회전목마에서
벗어나고, 오래 전부터 나, 이 무의식적인 마술사를
가득 채웠던 힘, 그 힘이 넘치리라.
이제 난 얼굴을 내밀어
높다란 집과 벌거벋은 길을 마주하리라.

카페의 무늬 진 눈 풍경처럼 즐겁고
새하얀 눈의 날 내 만나보리니,
솜털 가득한 하늘에서 때늦은 광선이 미끄러지고,
보이지 않는 빛으로 숲과 언덕을 가득 채우며
나에게 들려주리라, 즐거운 귀향의 찬사를.

천하의 근본인 알파벳처럼
백색 위에 나뭇가지들이 쓴
검은 기호를, 나 기꺼이 읽으리.
지난 과거 모두가 내 앞에
한 점으로 나타나고
그 어떤 소리도 이 한적한
즐거움을 방해하지 않으리라.
삼월의 수탉이
공중으로 날거나
말뚝 위에 내리리라.

사진  James Jord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