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이 밝아온다. 닳아진 은(銀)같이 새하얀 여명, 내 그것을 벽에다 걸어두면 닫힌 창문에 빛살이 내려앉는다. 태양의 일상은 돌아오는데 산만한 목소리며 귀에 익은 큰 소리는 전해 오지 않는다. 왜일까? 난 매혹적인 하루를 생각한다. 너무 똑같은 시차로 도는 회전목마에서 벗어나고, 오래 전부터 나, 이 무의식적인 마술사를 가득 채웠던 힘, 그 힘이 넘치리라. 이제 난 얼굴을 내밀어 높다란 집과 벌거벋은 길을 마주하리라. 카페의 무늬 진 눈 풍경처럼 즐겁고 새하얀 눈의 날 내 만나보리니, 솜털 가득한 하늘에서 때늦은 광선이 미끄러지고, 보이지 않는 빛으로 숲과 언덕을 가득 채우며 나에게 들려주리라, 즐거운 귀향의 찬사를. 천하의 근본인 알파벳처럼 백색 위에 나뭇가지들이 쓴 검은 기호를, 나 기꺼이 읽으리. 지난 과거 모두가 내 앞에 한 점으로 나타나고 그 어떤 소리도 이 한적한 즐거움을 방해하지 않으리라. 삼월의 수탉이 공중으로 날거나 말뚝 위에 내리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