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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묶인 개 - 후안 라몬 히메네스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1:11   [ 2018. 7. 18. 오후 1:11에 업데이트됨 ]




내게 있어서 가을의 시작이라는 것은, 프라테로.
석양과 함께, 스산함과 함께 가련해지는
뒷마당 혹은 앞마당 정원수 수풀의 인기척 없는 곳에서,
한마음으로 오랫동안 짖어대고 있는 한 마리의 묶인 개처럼
생각되는 것이다……
날이 갈수록 노랗게 물들어가는 이 무렵은,
어디에 가도 지는 해를 향해서 짖어대는
그 묶인 개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프라테로……
그 짖는 소리는, 내게는 아무래도 슬픔의 노래로 들리는구나.
그것은 흡사
욕심스러운 마음이 사라져가는 보물의 마지막 한 조각을
잡으려고 하는 듯이 생명이라는 생명이
사라져가는 황금의 계절에
바싹 뒤따르려고 하는 순간인 것이다.
하지만 그 욕심스러운 마음이 끌어모아져
이르는 곳에 숨겨진 황금은
환상과 같은 것이다.
마치 아이들이
거울 조각으로 일광과 함께
나비의 그림자나 고엽의 그림자를 잡아서
응달벽에 비추이려 해도 아무것도 비치지 않는 것과 같이……
참새나 찌르레기는 
오렌지나 아카시아 나뭇가지에서 가지로 태양을 좇아서 점점 높이 올라간다.
태양은 장미색으로, 연보라색으로 점차 약해지고……
이윽고 맥도 끊어져 사라져 가려 하는 순간
그 아름다움은 영원의 것이 된다.
아직 살아 있으나 이미 죽은 것처럼.
그곳에서 개는 그 아름다움이 죽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날카롭고 격렬하게 짖어대고 있으니……


<프라테로와 나> 말과 글
사진 Yersinia

나뭇가지에서의 왈츠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1:10   [ 2018. 7. 18. 오후 1:10에 업데이트됨 ]




잎 하나가 떨어졌다 
또 둘 
또 셋. 
달을 따라 물고기 하나가 헤엄치고 있었다. 
물은 한 시간을 잠자고 
하얀 바다는 백 시간을 잠잔다. 
귀부인은 
나뭇가지에서 죽어 있었다. 
수녀는 
사본 열매 속에서 노래하고 있었다. 
소녀는 
소나무를 따라 솔방울을 향해 가고 있었다. 
또 소나무는 
떨림 소리의 떡잎을 찾고 있었다. 
허나 밤 꾀꼬리는 
주위에서 마음의 상처를 탄식하고 있었다. 
또 나 역시 
잎 하나가 떨어졌기 때문에 
또 둘 
또 셋. 
또한 수정 머리 하나 
또 종이 바이올린 하나 
또 눈송이 세상과 함께 
하나 하나씩 
둘 둘씩 
셋 셋씩 할 수 있으리라. 
오, 보이지 않는 살점들의 단단한 상아여! 
오, 개미들도 없는 동틀녘의 만이여! 
나뭇가지들의 감흥과 함께, 
귀부인들의 한숨과 함께, 
개구리들의 울음소리 
벌꿀의 노오란 대지와 함께. 
월계수로 장식된 
그림자의 동체 하나가 도착할 것이다. 
벽 하나처럼 딱딱한 
바람을 위한 하늘이 될 것이며 
산산조각 난 가지들은 
하늘과 줄곧 춤출 것이다. 
하나 하나씩 
달 주위에서, 
둘 둘씩 
해 주위에서, 
셋 셋씩 
상아들이 잘 잠들 수 있도록.

스페인 민병대의 민요시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1:08   [ 2018. 7. 18. 오후 1:09에 업데이트됨 ]

   



  그건 검은 말들이네. 
  굽쇠들이 검군 그래. 
  망토 위에 
  잉크와 양초 얼룩이 빛나고 있네. 
  그들은 납빛 두개골을 
  가지고 있어 울지 않네. 
  에나멜 영혼을 갖고서 
  그들이 대로를 따라 오고 있네. 
  곱사등이 되어 한밤중에 
  그곳을 통해서 힘을 돋구네 정돈하네 
  어두운 덧신의 적막감과 
  세밀한 모래의 두려움을. 
  그들은 지나가길 원하면, 지나가네 
  그리곤 있을 성싶지 않은 
  피스톨의 막연한 성좌를 
  머리 속에 감추네.
  
 
  *
 
  오, 집시들의 도시! 
  모퉁이의 깃발들. 
  앵두열매 통조림과 같이하는 
  달과 호박. 
  오, 집시들의 도시!
  누가 너를 보았고 너를 기억하지 않는가? 
  계피 맛 망루들과 함께하는 
  고통과 악취의 도시. 
 
 
  *
 
  밤, 밤을 밤이 되게 하는 
  밤이 도착하였을 때 
  집시들은 화덕에서 
  태양과 화살을 벼리고 있었네. 
  중상을 입은 한 마리 말이 
  모든 문들을 두들겨대고 있었네. 
  유리 수탉들은 헤레스 
  국경 지역을 따라서 노래하고 있었네.
  바람은, 은을 입힌 밤 
  밤을 밤이 되게 하는 밤에 
  놀람의 모퉁이를 벌거숭이로 만드네. 
 
 
  *
 
  성처녀와 성자 요셉은 
  그들의 캐스터네츠를 잃어버렸네, 
  그리곤 집시들이 발견하는지를 
  보려고 그들을 찾고 있네. 
  성처녀가 편도열매 
  목걸이를 단 초콜릿 
  종이로 만든 시장 부인의 옷을 
  입고서 오고 있다네. 
  성자 요셉이 비단 망토 
  아래로 두 팔을 흔드네. 
  그 뒤로 페드로 도메크가 
  세 명의 페르시아 군주와 함께 가네. 
  둥그런 반달은 황새의 
  절정감을 꿈꾸고 있었네. 
  깃발들 초롱불들이 
  발코니를 침입하네.
 
  거울을 보면서 허리받침 
  없는 무용수들이 흐느끼고 있네. 
  헤레스 국경 지역을 따라가는
  물과 그림자, 그림자와 물.
 
  
  *
 
  오, 집시들의 도시! 
  모퉁이의 깃발들. 
  민병대가 오면 
  너의 푸른 불빛을 끄려무나. 
  오, 집시들의 도시! 
  누가 너를 보았고 너를 기억하지 않는가? 
  가리마를 탈 빗도 없이 도시를 
  바다로부터 멀어지게 내버려다오. 
 
 
  *
 
  멀리 두 사람이 
  축제의 도시로 나아가네. 
  상록수 잎의 수런거림이 
  탄약통을 습격하네. 
  멀리 두 사람이 나아가고 있네. 
  야상곡의 이중천. 
  하늘은 박차 진열창을 
  갖고 싶어 하네.
  
 
  *
 
  두려움에서 벗어난 도시가 
  문을 늘리고 있었네. 
  사십 명의 민병대가 
  약탈하고자 문으로 들어오고 있네. 
  시계들은 멈춰버렸고 
  술병에 담긴 코냑은 
  의심을 일으키지 않도록 
  십일월을 가장하였네. 
  길다란 외침의 비행은
  창깃발들 속에서 몸을 일으켰네. 
  검은 철모가 짓밟는 
  산들바람을 자르고 있네. 
  희미한 불빛 거리를 따라서 
  집시 노파들이 
  잠든 말들과 
  돈 항아리를 갖고서
  도망치네. 
  깎아지른 거리를 따라서 
  왼쪽 망토들이 기어오르고 있네. 
  말뚝의 헛된 소용돌이는 
  뒤에 남겨 놓은 채. 
 
  베들레헴의 성문에 
  집시들이 모이고 있네. 
  성자 요셉은 상처투성이로 
  한 소녀를 숨겨 주네. 
  딴딴하고 날카로운 소총음이 
  온밤 내내 울리고 있네. 
  성처녀가 가느다란 별 침으로 
  아이들을 치료하네. 
  하지만 민병대가 
  모닥불을 흩뿌리면서 나아가네. 
  젊은 벌거숭이 모습으로 
  공상이 불타버리는 곳에서. 
  캄보리오스의 장미는 
  쟁반 하나에 놓여진 
  잘린 가슴 둘과 함께 
  그 문에 앉아 신음하고 있네. 
  이제 다른 소녀들은 
  검은 장미 꽃불이 터뜨리는 
  대기 속에서 세 가닥으로 
  꼰 머리에 쫓겨 달아나고 있었네. 
  모든 기와지붕이
  대지의 고랑이었을 때 
  새벽은 길다란 돌 윤곽 
  속에서 어깨를 흔들었네. 
 
 
  *
 
  오, 집시들의 도시! 
  민병대가 침묵의 터널을 
  따라서 멀어져가네 
  불꽃이 너를 에워싼 가운데. 
 
  오, 집시들의 도시! 
  누가 너를 보았고 너를 기억하지 않는가? 
  그들이 내 이마에서 너를 찾을 수 있다면. 
  달과 모래의 유희.


– 김현창 옮김,『집시민요집』(청하)에서 인용
사진 Julien Lagarde

희망을 가지렴 - 비센테 알레익산드레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1:06   [ 2018. 7. 18. 오후 1:07에 업데이트됨 ]




그걸 알겠니? 넌 벌써 아는구나
그걸 되풀이 하겠니? 넌 또 되풀이하겠지
앉으렴, 더는 보질 말고, 앞으로!
앞을 향해, 일어나렴, 조금만 더, 그것이 삶이란다
그것이 길이란다, 땀으로, 가시로, 먼지로, 고통으로 뒤덮인, 사랑도, 내일도 없는 얼굴……
넌 무얼 갖고 있느냐?
어서, 어서 올라가렴. 얼마 안 남았단다. 아 넌 얼마나 젊으니!

방금 태어난 듯이 얼마나 젊고 천진스럽니!
네 맑고 푸른 두 눈이 이마 위에 늘어진 너의 흰 머리칼 사이로 빛나고 있구나
너의 살아 있는, 참 부드럽고 신비스런 너의 두 눈이.
오, 주저 말고 오르고 또 오르렴. 넌 무얼 바라니?
네 하얀 창대를 잡고 막으렴. 원하는 네 곁에 있는 팔 하나, 그걸 보렴.
보렴. 느끼지 못하니? 거기, 돌연히 고요해진 침묵의 그림자.
그의 투니카의 빛깔이 그걸 알리는구나. 네 귀에 소리 안 나는 말 한마디.
비록 네가 듣더라도, 음악 없는 말 한마디.
바람처럼 싱그럽게 다가오는 말 한마디. 다 해진 네 옷을 휘날리게 하는
네 이마를 시원하게 하는 말. 네 얼굴을 여위게 하는 말.
눈물 자국을 씻어내는 말.
밤이 내리는 지금 네 흰 머리칼을 다듬고 자르는 말.
그 하얀 팔을 붙잡으렴. 네가 거의 알지 못해 살펴보는 그것.
똑바로 서서 믿지 못할 황혼의 푸른 선을 쳐다보렴.
땅 위에 희망의 선을.
커다란 발걸음으로, 똑바로 가렴, 신념을 갖고, 홀로
서둘러 걷기 시작하렴……


사랑의 고통 - 비센테 알레익산드레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1:05   [ 2018. 7. 18. 오후 1:05에 업데이트됨 ]




너의 눈 때문에, 너의 입술 때문에, 너의 목 때문에

너의 목소리 때문에

격렬하게 불타오르는 너의 심장 때문에,

나는 너를 사랑했다


나의 분노, 광폭한 운명, 한줄기 빛조차 없는 나의 먹구름,

부서지는 나의 달빛을 사랑하듯 너를 사랑했다


너는 아름다웠다. 커다란 눈을 갖고 있었다

커다란 비둘기와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높이 나는 힘찬 매처럼······

너는 빛나는 하늘 같은 충만함을 갖고 있었고

세상의 온갖 소문은 감히 네 입에 키스하려 들지 못했다



그러나 달빛이 피를 사랑하듯

혈관 속의 피를 쫓아

노란 열정으로 타오르는 혈관 속을 광폭하게 돌아다니듯

나는 너를 사랑했다



키스를 한다면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리

죽지 않고 노래하리

윤기 흐르는 뼈처럼 죽어 썩어져도 노래하리

투명한 유리가 달빛 아래 반짝이듯 노래하리



육신처럼, 단단한 돌처럼 노래하리.

한마디 말조차 없는 잔인한 너의 이빨들을 노래하리.

잔디가 부드럽게 깔려 있는 대지 위의

너의 고독한 그림자, 너의 쓸쓸한 그림자를 노래하리.


아무도 울지 마오.

눈물조차 살지 못하는, 숨조차 쉬지 못하는

이 얼굴은 쳐다보지 마오.

이 돌, 이 무쇠 같은 불꽃

철탑처럼 울리는 이 몸은 쳐다보지 마오.


너는 부드러운 머릿결, 감미로운 시선,

아름다운 뺨을 갖고 있었다.

희고 짧은 팔을 갖고 있었다.

아름다운 자태, 이마, 겁먹은 듯한

희고 부드러운 피부를 갖고 있었다.



너의 심장은 펄럭이는 깃발이었다.

그러나 너의 피, 너의 삶, 너의 악은 갖고 있질 못하구나.

달에게 죽음을 애원하는 나는 누구인가,

바람에 저항하고, 광폭한 칼날에

상처를 느끼는


번민에 피투성이 된 굳은 석상처럼

이 바람이 너의 대리석 자태를 적시게

내버려두는 나는 누구인가



천둥 속에서 나의 목소리조차 듣지 못하고

번갯불 같은 나의 팔들

강줄기 같은 이빨들로 되씹혀진 나의 다리들 사이에서

돋아난 풀을 적시는 핏빛 빗물소리도 듣지 못하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너는 누구인가, 누가 너를 아는가

나는 누구를 사랑하는가.

오, 그대여 죽을 운명의 아름다움이여


아름다운 사랑이여, 반짝이는 가슴이여!

나는 누구를, 누구를 사랑하는가

꽃처럼 나를 매혹시키는

어떤 그림자, 어떤 육신, 어떤 썩을 뼈들을 사랑하는가 




사진  *L*u*z*A

시의 한가운데에서 - 다마소 알론소

게시자: 성우넷, 2018. 7. 18. 오후 1:04   [ 2018. 7. 18. 오후 1:04에 업데이트됨 ]




시를 노래하며, 꽃 피우면서
누군가 시의 한가운데에서 죽었노라
그러나 시는 영원을 향해,
열려 있었네
산들바람에 흔들리고
결코 그치지 않는 산들바람에도
끝나지 않는 시, 영원한 시인이여,

누가 한 음절의 시 속에서
그렇게 죽을 수 있을까.
시인의 그런 죽음을 알았을 때
나는 또 하나의 기도를 생각했네
“나는 항상 노래하며 살고, 죽기를 원하며,
나는 왜, 언제는 알고 싶지 않소”

그래, 시의 가슴속에서
신이시여, 그와 나를 끝장나게 해주소서.


―『공동 묘지』 중에서, 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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