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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 - 토머스 모어

게시자: 성우넷, 2018. 7. 17. 오후 4:51   [ 2018. 7. 17. 오후 4:51에 업데이트됨 ]



   대중들은 한 인간의 노력에 대해 비웃음과 냉소를 보낼 뿐 감사하는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문학을 이해하는 독자들은 거의 없으며 또 많은 사람들이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교양이 없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교양과 연관되어 있는 것은 무엇이든 부담스러워합니다. 지식인들은 케케묵은 고문체로 꽉 채워져 있지 않으면 천박하다고 내칩니다. 오로지 고전만 애호하는 사람들이 있고 또 자기 시대의 작품만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너무나도 진지해서 모든 유머를 배척하는 사람들도 있고 경직되고 미련해서 재치 있는 말장난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자자구구에 지나치게 민감해서 아주 경미하게 풍자한 문장을 보고도 마치 공수병 환자가 물을 보고 괴로워하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자리에서 일어나고 앉을 때마다 시시각각으로 상반된 결론을 내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선술집에 둥지를 틀고 앉은 술에 찌든 비평가들은 권위를 앞세우며 자기들 멋대로 형편없는 작품이라는 선고를 내립니다. 그들은 마치 검투사가 상대방의 머리칼을 움켜쥐듯이 남의 작품들을 틀어쥐고 험담을 쏟아 부으며 작가들을 끌어내립니다. 반면에 그들은 아무런 공격도 받지 않습니다. 그들의 메마른 머리에는 머리카락이 전혀 없어서 움켜쥘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어떤 책을 무척이나 즐겁게 읽었으면서도 그 글을 쓴 작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애정도 느끼지 않는, 감사라고는 전혀 할 줄 모르는 독자들도 있습니다. 그들은 성대한 만찬에 초대받아 배불리 먹고 나서 주인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무례한 손님과도 같습니다. 까다롭고 예측할 수 없는 취향을 지닌 데다, 그토록 심오한 감사의 마음을 지니고 계신 대중들을 위해 자비를 들여 이성(理性)의 만찬을 준비하느라 온갖 지혜를 다 동원했는데도 말입니다.


<친애하는 피터 자일즈 선생께> 중
권혁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