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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의 노래 - 셸리

게시자: 성우넷, 2018. 7. 17. 오후 3:56   [ 2018. 7. 17. 오후 3:56에 업데이트됨 ]



1. 

오, 거센 서풍- 그대 가을의 숨결이여. 
보이지 않는 네게서 죽은 잎사귀들은 
마술사를 피하는 유령처럼 쫓기는 구나
 
누렇고, 검고, 창백하고, 또한 새빨간 
질병에 고통받는 잎들을, 오 그대는, 
시꺼먼, 겨울의 침상으로 마구 몰아가.

날개 달린 씨앗을 싣고 가면, 그것들은 
무덤 속 시체처럼 싸늘하게 누워 있다가 
봄의 파란 동생이 꿈꾸는 대지 위에.

나팔을 크게 불어 향기로운 꽃봉오리를 
풀뜯는 떼처럼 공중으로 휘몰아서 
산과 들을 생기로 가득차게 만든다.

거센 정신이여, 너는 어디서나 움직인다. 
파괴자며 보존자여, 들어라, 오 들어라!

2.

네가 흘러가면 험한 하늘의 소란 가운데 
헐거운 구름은 하늘과 대양의 가지에서 
대지의 썩은 잎처럼 흔들려 떨어진다.

비와 번개의 사자들, 네 가벼운 물결의 
파란 표면 위에 어느 사납기 짝없는 
'미내드'의 머리로부터 위로 나부끼는

빛나는 머리칼처럼, 지평선의 희미로운 
가장자리에서 하늘 꼭대기에 이르기까지 
다가오는 폭풍우의 머리칼이 흩어진다.

너, 저무는 해의 만가여, 어둠의 이 밤 
네가 모든 증기의 모든 힘으로써 이룬 
둥근 천정과 돔의 큰 무덤이 될 것이며

짙은 대기를 뚫고 내리는 검은비와 
번개 우박이 쏟아져 내리리. 오, 들어라!

3.

베이이 만 경석의 섬 가에서 
수정같은 조류의 손길로 잠이 들어 
상상만 해도 감각이 아찔해질 정도로

아름다운 하늘색 이끼와 꽃들로 뒤덮인 
옛날의 궁전과 높은 탑들이 파도에 
더욱 반짝이는 햇빛 속에 떨고 있음을

꿈에 보고 있는 푸른 지중해 바다를 
그의 여름 꿈에서 일깨운 너! 너의 
앞길을 위해 대서양의 잔잔한 세력들은

갈라져 틈이 나고, 훨씬 밑에서는 
바다꽃과 바다의 물기 없는 잎을 가진 
습기에 찬 숲이 네 목소리를 알고서

겁에 질려 별안간 창백해지면서 
온 몸 떨려 잎이 진다. 오, 들어라!

4.

만일 내가 휘날리는 한 잎 낙엽이라면 
만일 내가 한 점의 빠른 구름이라면 
네 힘에 눌려, 충동을 같이 할 수 있고

한 이랑의 파도라면, 물론 너만큼 
자유롭진 못하나, 제어할 수 없는 자, 
만일 내가 내 어릴 적 시절과 같다면

하늘을 방랑하는 네 벗이 되었으련만 
너의 하늘의 속력을 이겨내는 것이 
결코 공상만이 아닌 그때 같기만 하면

나는 이렇듯 기도하며 겨루지 않았으리. 
오, 나를 파도나 잎과 구름처럼 일으켜라. 
나는 인생의 가시에 쓰러져 피 흘린다.

시간의 중압이 사슬로 묶고 굴복시켰다. 
멋대로고, 빠르고, 거만하여 너 같은 나를.

5.

나로 너의 거문고가 되게 하라, 저 숲처럼 
내 잎새가 숲처럼 떨어진들 어떠랴! 
너의 힘찬 조화의 난동이 우리에게서

슬프지만 달콤한 가락을 얻으리라. 
너 거센 정신이여, 내 정신이 되어라! 
네가 내가 되어라, 강렬한 자여!

내 꺼져 가는 사상을 온 우주에 몰아라. 
새 생명을 재촉하는 시든 잎사귀처럼! 
그리고 이 시의 주문에 의하여

꺼지지 않는 화로의 재와 불꽃처럼 
인류에게 내 말을 널리 퍼뜨려라. 
내 입술을 통하여 잠 깨지 않는 대지에.

예언의 나팔을 불어라! 오오, '바람'이여. 
겨울이 오면 어찌 봄이 멀 것이랴?

그림 <비너스의 탄생>, 보티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