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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 자크 프레베르

게시자: 성우넷, 2018. 7. 17. 오후 11:55   [ 2018. 7. 17. 오후 11:56에 업데이트됨 ]



광장의 벤치 위에
어떤 사람이 앉아
사람이 지나가면 부른다
그는 외알안경에 낡은 회색옷
엽궐련을 피우며 앉아 있다
그를 보면 안 된다
그의 말을 들어서는 안 된다
그가 보이지도 않는 양
그냥 지나쳐야 한다
그가 보이거든
그의 말이 들리거든
걸음을 재촉하여 지나쳐야 한다
혹 그가 신호라도 한다면
당신은 그의 곁에 가 앉을 수밖에
그러면 그는 당신을 보고 미소 짓고
당신은 참혹한 고통을 받고
그 사람은 계속 웃기만 하고
당신도 똑같이 웃게 되고
웃을수록 당신의 고통은
더욱 참혹하고
고통이 더할수록
더욱 어쩔 수 없이 웃게 되고
당신은 거기
벤치 위에
미소 지으며
꼼짝 못하고 앉는다
곁에는 아이들이 놀고
행인들
조용히 지나가고
새들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가고
당신은 벤치 위에
가만히 앉아 있다
당신은 안다 당신은 안다
이제 다시는 이 아이들처럼
놀 수 없음을
이제 다시는 조용히
이 행인들처럼 지나갈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
이 새들처럼
이 나무에서 다른 나무로
날아갈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


김화영 옮김
사진 
sara bilj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