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민병대의 민요시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게시일: Jul 18, 2018 8:8:50 PM

그건 검은 말들이네.

굽쇠들이 검군 그래.

망토 위에

잉크와 양초 얼룩이 빛나고 있네.

그들은 납빛 두개골을

가지고 있어 울지 않네.

에나멜 영혼을 갖고서

그들이 대로를 따라 오고 있네.

곱사등이 되어 한밤중에

그곳을 통해서 힘을 돋구네 정돈하네

어두운 덧신의 적막감과

세밀한 모래의 두려움을.

그들은 지나가길 원하면, 지나가네

그리곤 있을 성싶지 않은

피스톨의 막연한 성좌를

머리 속에 감추네.

*

오, 집시들의 도시!

모퉁이의 깃발들.

앵두열매 통조림과 같이하는

달과 호박.

오, 집시들의 도시!

누가 너를 보았고 너를 기억하지 않는가?

계피 맛 망루들과 함께하는

고통과 악취의 도시.

*

밤, 밤을 밤이 되게 하는

밤이 도착하였을 때

집시들은 화덕에서

태양과 화살을 벼리고 있었네.

중상을 입은 한 마리 말이

모든 문들을 두들겨대고 있었네.

유리 수탉들은 헤레스

국경 지역을 따라서 노래하고 있었네.

바람은, 은을 입힌 밤

밤을 밤이 되게 하는 밤에

놀람의 모퉁이를 벌거숭이로 만드네.

*

성처녀와 성자 요셉은

그들의 캐스터네츠를 잃어버렸네,

그리곤 집시들이 발견하는지를

보려고 그들을 찾고 있네.

성처녀가 편도열매

목걸이를 단 초콜릿

종이로 만든 시장 부인의 옷을

입고서 오고 있다네.

성자 요셉이 비단 망토

아래로 두 팔을 흔드네.

그 뒤로 페드로 도메크가

세 명의 페르시아 군주와 함께 가네.

둥그런 반달은 황새의

절정감을 꿈꾸고 있었네.

깃발들 초롱불들이

발코니를 침입하네.

거울을 보면서 허리받침

없는 무용수들이 흐느끼고 있네.

헤레스 국경 지역을 따라가는

물과 그림자, 그림자와 물.

*

오, 집시들의 도시!

모퉁이의 깃발들.

민병대가 오면

너의 푸른 불빛을 끄려무나.

오, 집시들의 도시!

누가 너를 보았고 너를 기억하지 않는가?

가리마를 탈 빗도 없이 도시를

바다로부터 멀어지게 내버려다오.

*

멀리 두 사람이

축제의 도시로 나아가네.

상록수 잎의 수런거림이

탄약통을 습격하네.

멀리 두 사람이 나아가고 있네.

야상곡의 이중천.

하늘은 박차 진열창을

갖고 싶어 하네.

*

두려움에서 벗어난 도시가

문을 늘리고 있었네.

사십 명의 민병대가

약탈하고자 문으로 들어오고 있네.

시계들은 멈춰버렸고

술병에 담긴 코냑은

의심을 일으키지 않도록

십일월을 가장하였네.

길다란 외침의 비행은

창깃발들 속에서 몸을 일으켰네.

검은 철모가 짓밟는

산들바람을 자르고 있네.

희미한 불빛 거리를 따라서

집시 노파들이

잠든 말들과

돈 항아리를 갖고서

도망치네.

깎아지른 거리를 따라서

왼쪽 망토들이 기어오르고 있네.

말뚝의 헛된 소용돌이는

뒤에 남겨 놓은 채.

베들레헴의 성문에

집시들이 모이고 있네.

성자 요셉은 상처투성이로

한 소녀를 숨겨 주네.

딴딴하고 날카로운 소총음이

온밤 내내 울리고 있네.

성처녀가 가느다란 별 침으로

아이들을 치료하네.

하지만 민병대가

모닥불을 흩뿌리면서 나아가네.

젊은 벌거숭이 모습으로

공상이 불타버리는 곳에서.

캄보리오스의 장미는

쟁반 하나에 놓여진

잘린 가슴 둘과 함께

그 문에 앉아 신음하고 있네.

이제 다른 소녀들은

검은 장미 꽃불이 터뜨리는

대기 속에서 세 가닥으로

꼰 머리에 쫓겨 달아나고 있었네.

모든 기와지붕이

대지의 고랑이었을 때

새벽은 길다란 돌 윤곽

속에서 어깨를 흔들었네.

*

오, 집시들의 도시!

민병대가 침묵의 터널을

따라서 멀어져가네

불꽃이 너를 에워싼 가운데.

오, 집시들의 도시!

누가 너를 보았고 너를 기억하지 않는가?

그들이 내 이마에서 너를 찾을 수 있다면.

달과 모래의 유희.


– 김현창 옮김,『집시민요집』(청하)에서 인용

사진 Julien Lagar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