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 부치는 편지 - 세르게이 예세닌

게시일: Jul 18, 2018 6:34:43 PM

아직도 살아 계십니까, 늙으신 어머님?

저도 살아 있어요. 문안을 드립니다, 문안을!

당신의 오두막집 위에

그 말 못할 저녁 빛이 흐르옵기를.

저는 편지를 받고 있습니다, 당신께서는 불안을 숨기시고

저를 두고 몹시 애태우셨다고,

자주 한길로 나가곤 하신다고,

옛스런 헌 웃옷을 걸치시고,

당신께서는 저녁의 푸른 어스름 속에서

자주 똑같은 광경을 보고 계십니다 -

마치 누군가가 술집의 싸움 속에서

제 심장 밑에 핀란드 나이프를 내리꽂은 것 같은.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세요.

그것은 다만 괴로운 환상일 뿐입니다.

저는 그렇게 지독한 대주가는 아닙니다 -

당신을 뵙지 않고 죽어버릴 만큼의.

예나 다름없이 정겨운 저는

다만 몽상하고 있을 뿐입니다 -

끝없는 고통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우리의 나지막한 집으로 돌아갈 날을.

저는 돌아가겠습니다, 어린 가지들이 뻗을 때

봄답게 하얀 우리 뜰에.

저를 이제 새벽에

8년 전처럼 깨우지만 마세요.

사라진 몽상을 일깨우지는 마십시오,

이루어지지 못한 것을 물결 일게 하지 마십시오 -

너무나 이른 상실과 피로를

저는 인생에서 겪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기도하는 것을 가르치지 마십시오.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제 옛날로 되돌아갈 것이 없습니다.

당신만이 저에게 있어서는 도움이요, 기쁨입니다.

당신만이 저에게 있어서는 말 못할 빛입니다.

그러니 당신의 불안을 잊으십시오,

저로 인해 그토록 슬퍼하지 마십시오.

자주 한길로 나가곤 하지 마십시오.

옛스런 헌 웃옷을 걸치시고.


사진 mug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