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에 묻혀 - 윌리엄 워즈워스

게시일: Jul 17, 2018 11:24:18 PM

우리는 너무나 홍진(紅塵) 에 묻혀 산다.

꼭두새벽부터 밤 늦도록

벌고 쓰는 일에

있는 힘을 헛되이 탕진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도 보지 못하고,

심금마저 버렸으니 이 누한 흥정이여!

달빛에 젖가슴을 드러낸 바다

혹은 두고두고 울부짖다

시들을 꽃포기처럼 잠잠해지는 바람

이 모든 것과 우리는 남남이다.

매사에 시큰둥하다. 신이여!

차라리 사라진 옛 믿음으로 자라는

이단(異端)이나 되고 지고

이 아름다운 풀밭에 서서

경치를 바라보면 위안이 되도록

바다에서 솟아나는 프로테우스를 볼 수 있고

트라이튼의 조가비 소식을 들을 수 있도록.


유종호 옮김

사진 Giorg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