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에서 - 자크 프레베르

게시일: Jul 18, 2018 6:51:49 AM

어느 남자가 꽃집에 들어가

꽃을 고른다

꽃집 처녀는 꽃을 싸고

남자는 돈을 찾으려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꽃값을 치를 돈을

동시에 그는

손을 가슴에 얹더니

쓰러진다

그가 땅바닥에 쓰러지자

돈이 땅에 굴러가고

그 남자와 동시에

돈과 동시에

꽃들이 떨어진다

돈은 굴러가도

꽃들은 부서져도

남자는 죽어가도

꽃집 처녀는 거기 가만 서 있다

물론 이 모두는 매우 슬픈 일

그 여자는 무언가 해야 한다

꽃집 처녀는

그러나 그 여자는 어찌할지 몰라

그 여자는 몰라

어디서부터 손을 쓸지를

남자는 죽어가지

꽃은 부서지지

그리고 돈은

돈은 굴러가지

끊임없이 굴러가지

해야 할 일이란 그토록 많아.


김화영 옮김

사진 topher_g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