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트로스 -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게시일: Jul 18, 2018 6:36:51 AM

흔히 뱃사람들이 재미 삼아

거대한 바닷새 앨버트로스를 잡는다.

이 한가한 항해의 길동무는

깊은 바다 위를 미끄러져 가는 배를 따라간다.

갑판 위에 일단 잡아 놓기만 하면,

이 창공의 왕자도 서툴고 수줍어

가엾게도 그 크고 흰 날개를 노처럼 옆구리에 질질 끄는구나.

날개 달린 이 나그네, 얼마나 서툴고 기가 죽었는가!

좀 전만 해도 그렇게 멋있었던 것이, 어이 저리 우습고 흉한 꼴인가!

어떤 사람은 파이프로 부리를 건드려 약 올리고,

어떤 사람은 절름절름 전에 하늘을 날던 병신을 흉내 낸다!

'시인'도 이 구름의 왕자를 닮아,

폭풍 속을 넘나들고 사수를 비웃건만,

땅 위, 야유 속에 내몰리니, 그 거창한 날개도 걷는 데 방해가 될 뿐.


사진 Chantal Stey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