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이 벤치 위에 앉아 있다 - 자크 프레베르

게시일: Jul 18, 2018 6:55:59 AM

광장의 벤치 위에

어떤 사람이 앉아

사람이 지나가면 부른다

그는 외알안경에 낡은 회색옷

엽궐련을 피우며 앉아 있다

그를 보면 안 된다

그의 말을 들어서는 안 된다

그가 보이지도 않는 양

그냥 지나쳐야 한다

그가 보이거든

그의 말이 들리거든

걸음을 재촉하여 지나쳐야 한다

혹 그가 신호라도 한다면

당신은 그의 곁에 가 앉을 수밖에

그러면 그는 당신을 보고 미소 짓고

당신은 참혹한 고통을 받고

그 사람은 계속 웃기만 하고

당신도 똑같이 웃게 되고

웃을수록 당신의 고통은

더욱 참혹하고

고통이 더할수록

더욱 어쩔 수 없이 웃게 되고

당신은 거기

벤치 위에

미소 지으며

꼼짝 못하고 앉는다

곁에는 아이들이 놀고

행인들

조용히 지나가고

새들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가고

당신은 벤치 위에

가만히 앉아 있다

당신은 안다 당신은 안다

이제 다시는 이 아이들처럼

놀 수 없음을

이제 다시는 조용히

이 행인들처럼 지나갈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

이 새들처럼

이 나무에서 다른 나무로

날아갈 수 없음을

당신은 안다.


김화영 옮김

사진 sara bilja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