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개한 벚꽃나무 아래서 - 혼다 히사시

게시일: Jul 18, 2018 9:58:11 PM

만개한 벚꽃나무에 기대어 있을 때

해체된 말의 앞다리가 달려왔다

뒤이어 뒷다리도 달려왔다

그 뒤를 이어 하늘에서 떨어진 몸통이

네 다리 위에 올라앉았고

머리가 없는 채로 말은 잠자코 서 있다

이윽고 짐수레를 끌고 노파가 다가와서

짐받이에 싣고 온 말의 머리를

나의 발 아래에 내려놓고 갔다

나는 말의 머리를

제자리에 붙여 놓고

다시 말을 보았다

그 말은 내가 소년이었을 적에

사산(死産)으로 해체된

모태에서 끌려 나온 말이었다

말은 이제야 처음으로

보는 걸 허락 받은 자와 같았다

나는 침으로 상처를 닦아 주고

손을 번쩍 들어 말의 엉덩이를 쳤다

말은 우렁차게 울고 나서 들판 끝으로 달려갔다

그때

봄 폭풍으로 한꺼번에 지던 벚꽃 꽃잎을 온몸으로 받으며

나는

벚꽃나무가 문득 비틀거리는 것을 보았다


『7개 밤의 메모』中

사진 tanakawho